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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람노트

아이 재우고 나서야, 겨우 나를 다시 만나요

by 자람MOM 2026. 8. 23.

밤 아홉 시 반. 드디어 아이 숨소리가 고르게 바뀌는 그 순간이 있어요.

혹시라도 깰까 봐 발끝으로 살금살금 방을 나오죠. 문을 닫고 거실에 서면, 온 집안이 갑자기 조용해져요.

낮 동안 쉴 새 없이 흘러가던 시간이 뚝 멈춘 것 같은 그 고요. 저는 그 순간이 참 이상해요. 분명 온몸은 녹초가 됐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작은 안도가 밀려오거든요.

"아, 드디어 나만의 시간이다."

오늘도 그 밤이 찾아왔어요. 지치지만,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그 시간이요.

 

하루 종일 '엄마'였다가, 밤이 되어서야 '나'로 돌아와요

 

생각해 보면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저는 온종일 누군가의 이름으로 불려요.

"엄마, 이거 해줘." "엄마, 나 배고파." "엄마, 여기 봐봐."

그 부름에 대답하다 보면 정작 '나'라는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밥은 서서 먹고, 화장실도 마음 편히 못 가고, 커피 한 잔은 늘 식은 뒤에야 마시죠.

그러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비로소 '엄마'라는 옷을 잠깐 벗어 두게 돼요.

거창한 걸 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 그냥 소파에 몸을 파묻고 앉아요.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는 그 잠깐의 침묵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려서 두 손으로 감싸 쥐어요. 온기가 손끝으로 스며드는 걸 가만히 느껴봐요. 그제야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아요.

낮 동안 미뤄뒀던 생각들도 하나둘 떠올라요. 오늘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신발을 신었던 것, 낮잠 안 자겠다고 떼쓰다가 결국 품에서 잠든 것. 그때는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밤이 되어 되감아 보니 다 사랑스러운 장면들이더라고요.

 

지치는데 왜 이 시간을 놓지 못할까요

 

사실 몸은 정직해요. 눈꺼풀은 천근만근이고, 침대에 누우면 3초 만에 잠들 것 같은데도 저는 이 밤 시간을 쉽게 놓지 못해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걸 두고 요즘은 '취침 미루기'라고 부른다더라고요. 하루 종일 내 시간이 없었으니까, 밤에라도 그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래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요.

저만 유난스러운 게 아니었구나. 우리 엄마들 다 그렇게 밤을 붙잡고 있었구나.

그래서 저는 이제 저를 너무 다그치지 않기로 했어요. "빨리 안 자고 뭐 하냐"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대신, "오늘도 애썼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 하고 토닥여줘요.

읽다 만 책 몇 장을 넘기기도 하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소리 죽여 보기도 하고, 그냥 멍하니 창밖 불빛을 바라보기도 해요.

누가 보면 별것 아닌 시간이지만, 저에게는 이게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작은 숨구멍이에요. 이 밤이 있어서 내일 아침에 또 웃으며 아이를 안아줄 힘이 나는 거예요.

 

나를 잃지 않으려고, 이 밤을 아껴요

 

한때는 이런 생각도 했어요. 엄마가 됐으면 아이한테 다 쏟아부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만의 시간을 챙기는 게 이기적인 건 아닐까.

그런데 이제는 알아요. 내가 텅 비어 있으면, 아이에게 줄 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요.

이 밤 시간은 나를 다시 채우는 시간이에요. 낮 동안 다 내어준 마음을 조금씩 다시 담아두는 시간이요.

그래서 저는 이 고요한 밤을 죄책감 없이 누리기로 했어요. 나를 돌보는 일은 아이를 돌보는 일과 결코 다르지 않으니까요.

오늘 밤에도 저는 식은 커피 대신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리고, 잠깐이나마 온전한 '나'로 앉아 있을 거예요. 그 작은 행복이 저를 또 하루 살게 해줄 거예요.

하루의 끝에서 잠깐 멈춰 앉은 당신, 그 시간은 게으름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다정한 준비예요. 그러니 오늘 밤은 마음 편히, 조금 더 당신을 아껴주세요.

 

오늘의 다정한 정리

 

아이를 재운 뒤 찾아오는 고요한 밤. 지치지만 그 시간이 위로가 되는 이유는, 그제야 우리가 '엄마'가 아닌 '나'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밤을 붙잡고 싶은 마음, 조금 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 그건 유난도 이기심도 아니에요. 텅 빈 나를 다시 채우려는 아주 건강한 신호랍니다.

그러니 오늘 밤도 스스로를 다그치지 말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잠깐 쉬어가요.

저도 그랬어요. 그리고 그 작은 밤들이 모여 저를 다시 웃게 했어요. 우리 엄마들, 오늘도 정말 애썼어요. 이 밤만큼은 온전히 당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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