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저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남편과 크게 다퉜어요.
별것도 아닌 일이었어요. 누가 설거지를 안 했네, 누가 약속을 또 잊었네. 하루 종일 쌓인 피곤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거죠.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말끝이 날카로워지고.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렸는데, 거실 한구석에서 우리 아이가 저를 보고 있었어요.
눈이 동그래져서. 입은 꾹 다문 채로. 그 작은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요.
그 얼굴이요. 밤새 눈을 감아도 자꾸만 떠올랐어요.
놀란 그 눈빛이 자꾸만 마음에 밟혀요
아이가 잠든 뒤에 저는 한참을 앉아 있었어요.
'왜 하필 아이 앞에서 그랬을까. 조금만 참을걸. 방으로 들어가서 말할걸.' 이런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어요.
아이 앞에서만큼은 좋은 엄마이고 싶었는데, 그 다짐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 같아서요.
혹시 아이가 상처받았을까. 우리 집이 무섭다고 느꼈을까. 나중에 이 장면을 기억하면 어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저는 저를 참 많이도 미워했어요.
혹시 여러분도 이런 밤을 보낸 적 있나요. 아이가 잠든 방문 앞에서, 낮에 했던 말들을 하나하나 되감기하며 스스로를 벌주던 밤이요. 저는 그런 밤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요. 밤이 깊어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도 사람이구나. 지치고 서운하면 화가 나는, 그냥 사람이구나.
화를 낸 게 잘한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나쁜 엄마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완벽하지 못한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잖아요.
완벽한 부모 말고, 사과할 줄 아는 부모면 충분해요
다음 날 아침, 저는 용기를 냈어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눈을 맞추며 이렇게 말했어요.
"어제 엄마랑 아빠가 큰 소리로 싸워서 놀랐지? 그건 네 잘못이 하나도 아니야. 엄마가 화를 참지 못해서 그런 거야. 미안해."
아이는 잠깐 저를 보더니, 작은 손으로 제 볼을 톡톡 두드려줬어요. "엄마 이제 안 싸워?" 하면서요.
그 순간 알았어요. 아이가 바라는 건 한 번도 싸우지 않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는 걸요.
싸울 수도 있어. 하지만 그다음에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다시 안아주는 사람. 아이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런 부모였어요.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교육이더라고요.
'어른도 실수하면 사과하는구나. 미안하다고 말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이는 그렇게 관계를 회복하는 법을 배워가는 거예요.
사실 아이 앞에서 화를 낸 것보다 더 오래 남는 건, 그 뒤에 우리가 어떻게 했느냐래요. 싸움을 아예 감추는 것보다,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에게 훨씬 건강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갈등이 있어도 다시 사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아이는 그 장면에서 배우는 거예요.
남편에게도 나중에 조용히 말했어요. "아이 앞에서는 우리 조금만 더 조심하자. 화날 때는 잠깐 방에 들어가자." 이렇게 약속 하나를 만들어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우리,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넘어졌으면 다시 손 잡아주면 되고, 목소리가 컸으면 다음엔 조금 낮춰보면 돼요.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사과해요. "어제의 나, 많이 지쳤구나. 그럴 수도 있어. 오늘은 좀 쉬자." 하고요.
자책은 우리를 더 좋은 엄마로 만들어주지 않아요. 오히려 마음의 힘을 다 빼앗아 가버리죠. 그러니 오늘 하루쯤은, 잘못한 나 대신 지쳐 있던 나를 먼저 안아줘요.
아이는 흠 하나 없는 부모를 원한 적이 없어요. 넘어져도 일어나 다시 안아주는 따뜻한 품을 원할 뿐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 품을 가지고 있답니다.
오늘의 다정한 정리
아이 앞에서 화를 냈다고 자책하고 있는 엄마가 있다면, 저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나쁜 엄마가 아니에요. 그저 오늘 조금 지쳤던 사람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실수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수한 다음에 진심으로 손을 내미는 거예요.
아이에게 사과하고, 다시 안아주고, 나 자신도 다독여주는 것. 그거면 정말 충분해요.
우리 엄마들, 오늘도 애썼어요. 자책은 잠시 내려놓고, 오늘 밤은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스스로를 안아줘요.
우리, 이만하면 참 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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