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날이 있어요.
남들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인데, 나에게 밤은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이니까요.
오늘은 통잠 자겠지, 오늘은 새벽에 안 깨겠지. 그렇게 기대를 걸어보다가도, 두세 시간마다 울음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밤이 반복되면 어느새 밤이 무서워지더라고요.
저도 그랬어요. 잠이 그렇게 그리운 게 처음이었어요.
잠이 이렇게 간절한 거였구나
아이를 낳기 전엔 몰랐어요. 잠을 못 잔다는 게 이렇게까지 사람을 무너뜨리는 일인 줄은요.
머리는 멍하고, 눈은 뻑뻑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눈물이 핑 돌아요. 분명 사랑하는 내 아이인데, 새벽 세 시에 또 깬 울음소리를 들으면 서러움이 먼저 밀려오는 밤도 있었어요.
그런 나를 보며 또 자책했지요. '엄마가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되나' 하고요.
그런데요, 그건 엄마가 나빠서가 아니에요.
몸이 정말로, 진짜로 지쳐 있어서 그래요. 잠은 사치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거잖아요. 그걸 몇 달째 제대로 못 채우고 있으니, 마음이 흔들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랍니다.
밤에 서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잠깐 아이가 미워지는 것도, 아침이 오는 게 두려운 것도 다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그저 너무 오래 쉬지 못한 사람의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이에요.
무너지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거예요. 그 긴 밤을, 매일매일요.
완벽한 통잠 대신, 짧은 회복을 챙겨요
솔직히 말하면 아이의 통잠은 내가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 목표를 바꿨어요. '푹 자기'는 잠시 내려놓고, '짧게라도 회복하기'로요.
밤중 수유를 하고 나면 바로 휴대폰을 켜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 불빛이 저를 더 깨우더라고요. 대신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깊게 세 번만 숨을 쉬었어요. 그것만으로도 몸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낮에 아이가 잠들면, 밀린 집안일보다 내 몸을 먼저 눕혔어요. 십 분이라도요. 개운하진 않아도, 그 십 분이 저녁의 나를 조금은 덜 예민하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물 한 잔 천천히 마시기, 따뜻한 물로 손 씻기, 잠깐 창밖 보기. 이런 작은 것들이 '완벽한 회복'은 아니어도,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주는 손잡이가 되어줬어요.
그리고 하나 더요. 완벽하게 자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오늘 세 시간 쪼개 잤어도 나는 잘 버텼다' 하고 스스로를 인정해 주는 것. 그 한마디가 다음 밤을 견디게 해줬어요.
그리고 낮에는 커피 한 잔으로 억지로 버티기보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는 쪽을 택했어요. 카페인은 그 순간만 깨어 있게 할 뿐, 정작 소중한 밤잠을 더 얕게 만들더라고요.
혼자 다 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도 회복이에요. 하루쯤은 곁의 사람에게 새벽을 부탁하고, 미안해하지 않고 눈을 붙여도 돼요. 그건 도망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이니까요.
우리한테 지금 필요한 건 완벽한 수면이 아니라, 다시 밤을 버틸 아주 작은 숨 고르기일지도 몰라요.
이 밤도 결국 지나가더라고요
가장 힘들었던 건, 이 밤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함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무섭던 새벽 수유의 밤들이 어느새 조금씩 뜸해지더라고요. 아이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라고 있었어요.
두 시간마다 깨던 아이가 어느 날은 네 시간을 자고, 또 어느 날은 아침까지 한 번을 안 깨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나는 그저 참고 견딘 게 아니라, 매일 밤 아이의 성장을 지켜주고 있었던 거구나 하고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이 밤도 분명 지나가요. 그러니 지나갈 때까지,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잠 못 이룬 밤이 많았던 당신, 그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예요. 오늘 밤은 조금 덜 자책하고, 조금 더 다정하게 스스로를 안아주세요.
오늘의 다정한 정리
통잠 못 자는 아이 곁에서 무너지는 밤, 잠이 그리운 서러움. 그 마음 저도 잘 알아요.
완벽하게 자지 못해도 괜찮아요. 세 번의 깊은 숨, 십 분의 낮잠, 따뜻한 물 한 잔. 그렇게 짧은 회복을 챙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예요.
밤이 무서운 우리 엄마들, 오늘도 정말 애썼어요. 이 밤도 지나가니까, 우리 조금만 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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