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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람노트

며느리이면서 엄마인 나, 명절이 오면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울까요

by 자람MOM 2026. 8. 26.

 

명절이 다가오면 달력을 보면서 괜히 한숨부터 나오지 않으세요?

저도 그랬어요. 아이 손 잡고 시댁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반쯤 지쳐 있더라고요.

우리는 딸이자, 며느리이자, 엄마예요. 그 많은 이름을 하루에 다 입고 있으니 어깨가 무거운 게 당연해요.

명절이 다가올수록 잠도 얕아지고, 별것 아닌 일에 남편과 부딪히기도 하죠. 그 예민함이 나빠서가 아니라, 마음이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지키는 작은 방법들을 함께 나눠보고 싶어요.

 

눈치 보랴 아이 챙기랴, 온몸이 안테나가 되는 날

 

명절 시댁에서의 저는 늘 온몸이 안테나였어요.

부엌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른들 표정을 살피고, 그 와중에 우리 아이가 울지는 않는지, 뛰어다니다 뭘 깨지는 않는지 눈은 계속 아이를 쫓아요.

밥 한 끼 앉아서 편히 먹어본 적이 있나 싶어요. 아이 입에 반찬 넣어주다 보면 내 밥은 다 식어 있고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곤히 잠들었는데 저는 이상하게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왜 이렇게까지 애를 썼나. 그런데 있잖아요, 그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그만큼 잘 해내고 싶었고, 모두를 아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애쓴 마음은 미움받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예요.

며느리라는 자리는 참 묘해요. 내가 자란 집도 아니고, 내가 고른 가족도 아닌데, 그 안에서 잘 지내야 한다는 무언의 숙제가 늘 어깨에 얹혀 있으니까요.

거기에 엄마라는 이름까지 더해지면요. 내 아이가 어른들 사이에서 예쁨받길 바라는 마음, 혹시 실수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겹쳐서 마음이 두 배로 바빠져요.

그 바쁜 마음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가장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알아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오늘 얼마나 애썼는지를요.

 

나를 지키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한동안 저는 '좋은 며느리'와 '좋은 엄마' 사이에서 나를 자꾸 뒤로 미뤘어요.

그러다 깨달았어요. 내가 텅 비면 아이에게 웃어줄 힘도 남지 않는다는 걸요.

그래서 아주 작은 것부터 나를 챙기기 시작했어요.

명절 아침, 집을 나서기 전에 따뜻한 물 한 잔을 천천히 마셔요. 그 5분이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더라고요.

시댁에서도 잠깐 화장실에 가서 크게 숨을 세 번 쉬어요.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쉼표예요.

부엌일이 몰아칠 때는 아이를 핑계 삼기도 해요. "제가 애 좀 보고 올게요" 하고 잠깐 방에 들어가 아이랑 눈 맞추며 숨을 골라요. 그 짧은 시간이 참 소중하더라고요.

돌아오는 길엔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크게 틀어요. 그렇게 내 하루의 긴장을 조금씩 흘려보내요.

남편에게도 미리 말해두었어요. "나 힘들면 눈짓할 테니 아이 좀 봐줘요." 혼자 다 짊어지지 않기로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꼭 나에게 한마디 해줘요. "오늘도 참 잘했어. 애썼어."

또 하나, 저는 마음속에 작은 선을 하나 그어두었어요. 내가 도울 수 있는 만큼만 돕고, 넘치게 나를 갈아 넣지는 않기로요.

전에는 모든 걸 다 해내야 인정받는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나를 다 소진하고 나면 남는 건 서운함과 미움뿐이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웃으면서 "제가 이건 할게요, 저건 좀 도와주세요" 하고 말해요. 부탁하는 것도 관계를 지키는 용기라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이 작은 습관들이 나를 잃지 않게 붙잡아줬어요. 관계를 미워하지 않으면서도, 내 자리를 지키는 법을 조금씩 배운 거예요.

당신은 누군가의 며느리이기 전에, 누군가의 엄마이기 전에, 소중한 한 사람이에요. 그 마음 하나 꼭 챙기면서 가요, 우리.

 

오늘의 다정한 정리

 

명절이 주는 긴장과 피로, 눈치와 애씀. 그거 다 당신이 그만큼 따뜻한 사람이라는 증거예요.

모두에게 완벽할 필요 없어요. 밥이 좀 식어도, 인사가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요.

오늘은 나에게도 다정한 반찬 하나 놓아주기로 해요. 따뜻한 물 한 잔, 깊은 숨 세 번, "잘했어" 한마디.

명절 잘 보내고 돌아오는 길엔, 우리 엄마들 힘내요. 저도 당신 옆에서 같이 숨 고르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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