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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람노트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by 자람MOM 2026. 8. 28.

 

빨래를 개다가, 아이 낮잠 재우고 조용해진 거실에 혼자 앉아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걸까."

친구들 단톡방에는 승진 소식, 프로젝트 얘기, 회식 사진이 올라오는데. 나는 오늘도 이유식을 만들고, 기저귀를 갈고, 같은 노래를 스무 번쯤 불러줬어요.

그게 나쁜 일이라서가 아니라, 어쩐지 세상에서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그 느낌. 저도 정말 자주 겪었답니다.

 

세상과 멀어진 것 같은 그 마음, 저도 알아요

 

한때는 나도 명함이 있었는데. 회의에서 의견을 내고, 내 이름으로 된 일을 하고, 월급날이면 뿌듯했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말 못 하는 아기랑 둘이 있다 보면, 어른들의 언어를 잊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가끔 남편이 "오늘 뭐 했어?" 하고 물으면, 분명 쉴 틈 없이 움직였는데 딱히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더 서러워지기도 하고요.

경력이 끊긴 것 같은 아쉬움,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초조함. 그 마음이 밀려올 때마다 스스로가 작아지는 것 같았어요.

예전엔 하루를 시간 단위로 쪼개 쓰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아이의 리듬에 나를 맞추다 보니, 내 하루가 나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거울을 보다가 낯선 얼굴을 마주할 때, '내가 나를 좀 잃어버린 걸까' 싶어서 눈물이 핑 돈 적도 있고요.

그런데요. 그 마음이 드는 건, 우리가 게을러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만큼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라서 그런 거랍니다.

그러니 그런 감정이 든다고 해서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았으면 해요. 흔들리는 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호니까요.

 

보이지 않아서 더 소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성과표에 안 찍혀요. 연봉으로도, 직함으로도 표현되지 않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요.

한 아이가 오늘 하루 배고프지 않게, 안전하게, 사랑받는다고 느끼며 잠드는 것. 그거 아무나 만들어줄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에요.

아이가 나를 보고 웃는 그 순간, 넘어졌을 때 제일 먼저 나를 찾는 그 순간. 그건 내가 매일 쌓아온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예요.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랍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눈에 잘 안 보이잖아요.

그리고 하나 더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이 시간이 나의 '멈춤'이 아니라, 다른 결의 '자람'이라는 걸요.

인내심, 순발력, 누군가를 온전히 돌보는 마음. 이건 어떤 이력서에도 다 못 담을 만큼 값진 능력이에요.

하루에도 수십 번 우선순위를 바꾸고, 울음소리 하나로 아이의 상태를 읽어내고, 잠 못 자면서도 웃어주는 일. 이거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프로젝트 아닐까요.

저는요, 어느 날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 하고 부르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그 어떤 성과보다 벅찼거든요. 그 벅참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나부터 다정하게 안아주기로 해요

 

세상의 속도에 나를 자꾸 비교하면 끝이 없어요. 각자의 계절이 다르게 흐르는 것뿐인데 말이에요.

지금은 잠시 나를 미뤄둔 것 같아도, 그 자리에 우리는 다른 걸 채우고 있어요. 그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 안에 고이는 거랍니다.

그러니 오늘은 아이 낮잠 시간에 잠깐이라도, 좋아하는 커피 한 잔 내려서 나에게 선물해주세요. 밀린 집안일 잠깐 미뤄도 세상 안 무너져요.

내 이름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지금은 '엄마'라는 이름 하나를 더 얻은 시기라고 생각해봐요.

당신은 멈춰 있는 게 아니에요. 세상에서 가장 작고 소중한 사람 곁에서, 가장 큰일을 해내고 있는 거랍니다.

 

오늘의 다정한 정리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그건 당신이 그만큼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증거예요.

경력이 잠시 쉬어가는 것 같아도, 우리는 매일 아이와 함께, 그리고 나 자신도 함께 자라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일의 가치를 세상이 몰라줘도 괜찮아요. 내가 나를 알아주면 되니까요.

우리 엄마들, 오늘도 정말 애썼어요. 나에게 "잘하고 있어" 한마디, 꼭 건네주기로 해요.

그리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이 계절이 지나면, 우리는 또 우리만의 속도로 다음 걸음을 내딛게 될 테니까요. 그때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나부터 다정하게 아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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