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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람노트

엄마가 아픈 날,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by 자람MOM 2026. 8. 20.

 

목이 칼칼하고 몸이 무겁게 가라앉던 아침이었어요.

이불 밖으로 손을 내밀기도 싫은데, 옆에서 "엄마 배고파" 하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와요.

아, 오늘도 나는 아플 수가 없구나.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열이 나는 몸을 이끌고 부엌에 서 있진 않나요.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오늘은 아픈 엄마의 서러운 마음을 조금 나눠보고 싶어요.

 

아파도 멈추지 않는 하루가 서러워서

 

아이가 아프면 온 집안이 그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요.

이마를 짚어보고, 병원에 데려가고, 죽을 끓이고, 밤새 옆을 지키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정작 엄마인 내가 아프면요? 세상은 어쩐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냥 흘러가요.

밥은 여전히 차려야 하고, 빨래는 쌓여 있고, 아이는 놀아달라고 손을 잡아끌어요.

몸살 기운에 눈앞이 핑 도는데도 "엄마, 이거 해줘" 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요.

그러다 문득 서러움이 훅 올라와요. 나는 왜 아플 자유조차 없을까. 나를 챙겨줄 사람은 나뿐인 걸까.

체온계에 찍힌 숫자를 보면서도 소리 내어 아프다 말하지 못하고 혼자 삼킨 날들. 그 마음, 저는 너무 잘 알아요.

누구 하나 "너 오늘 좀 쉬어" 하고 말해주면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은 날. 그런 날이 우리에겐 참 많죠.

 

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아요, 정말로

 

우리는 언제부터 아픈 걸 참는 게 익숙해졌을까요.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인 것 같아요. 내가 무너지면 이 집이 무너질 것 같아서, 이 악물고 버텨온 거죠.

그런데요, 사실은 참는 게 강한 게 아니에요.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용기랍니다.

"나 오늘 몸이 너무 안 좋아. 조금만 도와줘." 이 한마디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저도 알아요. 미안하고, 짐이 되는 것 같고, 엄살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남편에게, 혹은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생각보다 세상은 그 말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어요.

아이에게도 말해도 돼요. "엄마가 오늘 아파서 조금 쉴게. 우리 오늘은 조용히 그림 그릴까?" 아이들은 생각보다 엄마 마음을 잘 알아차려요.

내가 아픈 걸 숨기지 않는 것. 그게 아이에게도 "아프면 쉬어도 된다"는 걸 가르치는 일이더라고요.

완벽한 엄마가 되려다 나를 자꾸 뒤로 미루지 말아요. 아픈 나를 돌보는 것도, 엄마인 내가 해야 할 소중한 일이에요.

 

나를 돌보는 아주 작은 방법들

 

거창하게 쉴 수 없다는 거, 알아요. 하루 통째로 누워 있을 형편이 안 되는 것도요.

그래서 저는 아주 작은 것부터 챙겨보기로 했어요.

따뜻한 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거예요. 그거 하나로도 몸이 조금 녹는 기분이 들어요.

밥을 차릴 힘이 없으면 오늘 하루는 그냥 시켜 먹어요. 배달 음식 한 번에 죄책감 느끼지 않기로 해요. 아이도 나도 굶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집안일은 딱 급한 것만 해요. 개지 않은 빨래가 소파에 있어도 세상은 안 무너지더라고요.

그리고 아이가 낮잠 자는 그 짧은 틈에, 청소기 대신 나도 잠깐 눈을 붙여요. 십 분이라도요.

아플 땐 청소보다 내가 먼저예요. 이 순서를 바꾸는 게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한 번 해보면 알게 돼요. 나를 챙긴 날이 다음 날의 나를 살린다는 걸요.

약을 먹었으면 알람을 맞춰두고 제때 챙겨 먹어요. 우리, 아이 약은 그렇게 꼬박꼬박 챙기면서 정작 내 약은 잊어버리잖아요.

오늘만큼은 나를 아이 대하듯 다정하게 대해줘요. "많이 힘들었지, 이제 좀 쉬자" 하고요.

아픈 당신을 제일 먼저 안아줘야 할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오늘은 아무것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나아지는 것, 그 하나만 해내면 돼요.

 

오늘의 다정한 정리

 

아파도 쉴 수 없어서 서러웠던 마음, 오늘 실컷 서러워해도 괜찮아요.

그 서러움은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버텨왔는지를 말해주는 거니까요.

강해서 참은 게 아니라, 사랑해서 참아온 거잖아요. 그 마음이 얼마나 큰지 저는 알아요.

이제는 그 사랑의 방향을 아주 조금만 나에게로 돌려봐요. 물 한 잔, 십 분의 낮잠, 시켜 먹는 저녁 한 끼로요.

나를 돌보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내가 건강해야 우리 아이도 웃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 아픈 당신, 정말 애쓰고 있어요. 우리 엄마들 힘내요. 그리고 아플 땐 꼭, 나부터 챙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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