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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람노트

아이가 열이 오르던 그 밤, 나도 같이 무너졌어요

by 자람MOM 2026. 8. 19.

 

새벽 세 시, 아이 이마에 손을 얹어봤어요.

뜨거웠어요. 조금 전보다 더요.

해열제 먹인 지 얼마 안 됐는데 왜 안 내려갈까, 물수건을 다시 적시면서 손이 덜덜 떨렸어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아픈 아이 곁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나요.

아니면 며칠 전에 그런 밤을 막 지나온 참인가요.

그렇다면 오늘은 그냥,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깐만 같이 숨 좀 쉬어요, 우리.

 

내가 뭘 놓쳤을까, 밤새 나를 다그쳤어요

 

아이가 아프면 이상하게 제일 먼저 저를 탓하게 되더라고요.

어제 찬 거 먹였나. 어린이집에서 옷을 얇게 입혔나. 감기 기운 있을 때 좀 더 재웠어야 했는데.

지나간 하루를 몇 번이고 되감으면서, 놓친 장면을 찾으려고 애를 썼어요.

마치 어딘가에 제 잘못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그걸 찾아내야만 아이가 나을 것처럼요.

그런데요,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

아이가 아픈 건 대부분 제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에요.

아이는 크면서 아파요. 열을 앓으면서 몸이 자라고, 앓고 나면 또 한 뼘 단단해져요.

그걸 머리로는 아는데, 왜 새벽엔 그렇게 나를 못살게 굴었을까요.

아마 너무 사랑해서였을 거예요.

내 아이가 아픈 게 견딜 수 없어서, 그 아픔을 누구 탓이라도 해야 견딜 수 있어서.

그게 하필 제일 만만한 나였던 거죠.

혹시 당신도 그 새벽에 스스로를 다그쳤다면, 그건 당신이 못난 엄마여서가 아니에요.

그만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열이 오르내리는 걸 밤새 지켜보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애타는지, 겪어본 엄마들은 다 알아요.

그러니 오늘 밤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세요.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그 한마디가 무너지던 마음을 조금은 붙들어줄 거예요.

 

대신 아파주고 싶은 마음, 그거 저도 알아요

 

아이가 끙끙거리며 뒤척이는 걸 보고 있으면요.

정말이지 이 열, 이 아픔을 제가 다 가져가고 싶었어요.

네가 아플 바에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그 마음, 아마 엄마라면 다 아실 거예요.

그런데 대신 아파줄 수는 없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물수건을 갈고, 미지근한 물을 떠먹이고, 작은 등을 쓸어주는 것뿐이었어요.

그렇게 아무것도 못 해주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아이는 제 손이 닿으면 조금 편해했어요.

엄마 손이 약손이라는 그 오래된 말, 저는 이번에 진짜라고 믿게 됐어요.

열에 들뜬 아이가 잠결에도 제 손가락을 꼭 붙잡는 걸 보면서요.

이 아이한테 지금 필요한 건 완벽한 처치가 아니라, 그냥 엄마의 온기구나 싶었어요.

대단한 걸 해줘야 좋은 엄마가 아니더라고요.

곁에 있어주는 것.

무서운 밤에 혼자 두지 않는 것.

그게 아이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큰 약이었어요.

당신이 지금 그 밤을 지키고 있다면, 이미 아이한테 가장 좋은 약을 주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잠든 새벽, 나도 좀 돌봐야 했어요

 

열이 조금 내리고 아이가 겨우 잠들었을 때요.

저는 그제야 제 어깨가 얼마나 굳어 있었는지 알았어요.

밥도 안 먹었고, 물도 안 마셨고, 화장실도 참고 있었더라고요.

아이를 지키느라 저 자신은 완전히 뒷전이었던 거예요.

그런데요, 엄마가 쓰러지면 아이는 누가 지키나요.

그날 새벽 저는 조용히 부엌으로 나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셨어요.

그 한 잔이 그렇게 위로가 될 줄 몰랐어요.

당신도 아이가 잠든 틈에, 딱 오 분만 당신을 돌봐줬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물 한 모금, 굳은 어깨 한 번 돌리기, 깊은 숨 한 번.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잠깐 창밖을 보며 마음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것도 아이를 위한 일이에요.

엄마가 버텨야 아이 곁을 계속 지킬 수 있으니까요.

밤새 곁을 지킨 당신은, 아무것도 못 한 게 아니에요.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을 주고 있었어요. 그러니 이제 당신도 조금은 돌봄을 받아야 해요.

 

오늘의 다정한 정리

 

아이가 아픈 밤은 정말 길고 무서워요.

내가 뭘 놓쳤나 나를 탓하게 되고, 대신 아파주고 싶어 마음이 무너지죠.

그런데 그 밤에 당신이 곁을 지켰다는 것.

그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좋은 엄마예요.

자책은 사랑의 다른 얼굴이지만, 그 사랑을 이제 조금은 당신에게도 나눠주세요.

아이가 앓고 나면 한 뼘 자라듯이, 그 밤을 지킨 우리도 조금씩 자라고 있어요.

오늘도 아픈 아이 곁을 지키는 우리 엄마들, 정말 애썼어요. 우리 엄마들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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