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철 사이에 아이 바지가 또 짧아졌어요.
며칠 전엔 신발을 신기려는데 아이가 "내가 할 거야" 하고 손을 쓱 빼더라고요. 어른 흉내 내며 낑낑거리는 뒷모습이 어찌나 대견하던지요. 그런데 그 대견한 마음 뒤로, 이상하게 콧등이 시큰해졌어요.
분명 잘 크고 있어서 기쁜데, 왜 한편으론 이렇게 서운할까요. 오늘은 그 알쏭달쏭한 마음에 대해 우리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기쁨과 서운함은 원래 같이 오는 거랍니다
아이가 자라는 걸 보는 엄마 마음은 참 묘해요.
첫 걸음마를 뗐을 때, 처음 "엄마" 말고 다른 말을 했을 때, 내 품이 아니라 저 혼자 잠들었을 때. 하나하나가 축하할 일인데, 그때마다 마음 한켠이 텅 비는 것 같은 기분. 저도 그랬어요.
그건 우리가 이상해서가 아니에요. **아이의 모든 성장은 곧 '나를 조금씩 덜 필요로 하게 되는 과정'**이거든요. 그러니 기쁨과 아쉬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워요.
- 품에 폭 안기던 아기가 → 이제 혼자 뛰어다니고
- 하루 종일 "엄마 엄마" 부르던 입이 → 친구 이름을 더 자주 부르고
- 내가 다 해주던 일들을 → 하나씩 스스로 해내고
그 변화 앞에서 서운한 건, 그만큼 이 아이를 온 마음으로 안고 있었다는 증거예요. 서운함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랍니다.
'지금'을 눈에 담는 작은 연습
아이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쑥쑥 자라죠. 그래서 저는 흘려보내는 마음을 조금씩 연습하고 있어요. 거창한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들이에요.
- 오늘의 한 장면 붙잡기 — 자기 전에 오늘 아이의 예뻤던 순간 딱 하나만 떠올려요. 사진보다 오래 남더라고요.
- 말 한마디 적어두기 — 아이가 요즘 자주 하는 웃긴 말, 발음이 서툰 단어를 메모장에 툭 적어둬요. 몇 달만 지나도 못 하는 말이 되거든요.
- "벌써?" 대신 "그동안" — "벌써 이렇게 컸어?" 하고 아쉬워하는 대신, "그동안 참 잘 키웠다" 하고 저를 한 번 토닥여줘요.
- 아이의 독립을 응원 연습하기 — 혼자 하겠다고 할 때, 답답해도 3초만 기다려주기. 그 3초가 아이도 나도 자라게 해요.
성장을 붙잡을 순 없지만, 눈에 담을 수는 있어요. 지나가는 계절을 아쉬워만 하기보다, 지금 이 계절의 볕을 마음껏 쬐는 마음으로요.
아이만 자라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하나 더 기억해주세요.
아이가 내 손을 덜 필요로 하게 된다는 건, 엄마인 나에게도 조금씩 '내 시간'이 돌아온다는 뜻이기도 해요. 지금은 그 빈자리가 허전하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자리에 잊고 있던 나를 하나씩 채워 넣을 수 있는 날도 분명 와요.
아이의 성장은 끝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자라나는 새로운 시작이랍니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면서, 사실 나 자신도 함께 키우고 있는 거예요.
오늘 아이 뒷모습에 콧등이 시큰했던 엄마가 있다면, 그 마음 참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서운한 만큼 사랑한 거예요. 그러니 그 마음을 애써 밀어내지 말고, 기쁨과 나란히 안아주세요. 그리고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 곁에서, 우리 엄마들도 함께 한 뼘 자라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오늘도 참 잘 하고 있어요. 우리, 이 계절을 예쁘게 담아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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